SK건설
나의 SK에서의 2010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 기간은 SK건설에서 계속되었다.
솔직히 2009년 하반기 HCC Project가 중단되고 Project팀을 해산하면서 SK건설에서의 우수인력 요청 소식이 간간히 들려오고 산하 구성원들은 많이 동요되었다. 나를 포함한 모든 SK에너지 구성원들 가운데 좋은 회사인 SK에너지로부터 Contractor로 낮춰보던 SK건설로의 이동을 반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게 나의 일이 되고 말았다.
임원 이동과 관련하여 구JY 사장과 그 주변의 비열한 스텝에 대한 분노와 야속한 감정이 많이 있으나 내 인생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되는 계기가 된 일이므로 이 또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이라 믿고 싶다. 솔직히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을 억누르고 ‘부드러운 정착(Soft Landing)’을 이유로 수평 이동되어 감당한 1년이 겉으로는 표현 안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참 힘들었던 것 같다.
건설로 이동이 확정된 후 2009년 12월 15일 임원부부 동반 연말행사가 끝난 후 최TW 회장께서 자기 방에 한번 들리라고 해서 다음 날 찾아갔는데,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씀을 해 주셨다.
- 진작부터 엔지니어 출신 임원을 건설로 이동시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왔으나, 대부분 가기 싫어한다는 것과 여태껏 여건이 안 맞아서 실현되지 못했는데 권 본부장이 임원으로서 건설로 이동하는 최초의 Case이고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크니 좋은 선례가 되도록 해 봐라.
- 건설은 좋은 엔지니어가 모자란다고 하는데 권 본부장 Case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에너지의 많은 우수 엔지니어들이 건설로의 이동을 자발적으로 원하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
- 권 본부장이 지금 건설로 간다고 해도 아주 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으며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에너지의 좁은 땅에서 좀 더 넓은 것을 경험하는 기회로 삼으면 될 것이다. 건설에서 계속 잘 나갈 수도 있고.
- 권 본부장이 건설에 가면서 처음부터 너무 좋은 모습(높은 직위)으로 가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는 뭐야?” 하는 불평이 있을 수 있으니 처음에 어떤 모습으로 가더라도 개의치 말고 1년만 잘하여 정착하면 좋은 소식이 계속 있을 것이다.
- 건설에 가면 권 본부장이 에너지에서 발휘해왔던 경험들을 잘 살려서 여태껏 건설이 해온 모델을 뛰어 넘어 다른 차원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 바란다.
2010년 1월 1일부로 SK건설에 이동하자 바로 싱가포르 JAC(Jurong Aromatic Complex) Project를 맡아 이 Project를 성공적으로 착수시키라는 역무부터 부여 받았다. 내가 SK건설로 이동하기 3년 전부터 이미 SK건설에서는 그룹을 끌어들여 이 사업을 성사시키려 노력하고 있었으며, 2009년 말에 SK에너지의 화학사업(2011년에는 ‘SK종합화학’으로 분사됨), SK가스와 SK건설의 그룹 내 3개사가 12%(명목상 30%)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결정되어 그룹 TF가 구성되어 있었고, 내가 SK건설로 이동하면서 SK건설의 대표로 TF에 참여하여 그동안 미진했던 부분을 정리하여 본격 Project로 출범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 JAC Project는 한국수출입은행(KEXIM)과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에서 12억 불 정도의 대규모 PF를 제공하는 범국가적 Project이기도 했다.
JAC Project의 SK그룹 Steering Committee는 당시 화학CIC사장인 김YH 사장이 Project Champion이 되어 김HM 상무가 실무를 총괄하고, SK에너지는 아로마틱사업본부장 마SH 상무, 자금관리실장 최JS 상무, 화학사업개발실장 윤JH 상무, R&M글로벌사업개발실장 황EK 상무, SK가스 기획본부장 정YH 상무, 건설은 나와 PF실장 임HK 상무, SK주식회사 정WH 상무가 참여하는 대규모 TF였는데, 막상 상세 내용에 들어가보니 복잡하기 그지없었고, 이 Project를 주도하는 싱가포르의 ChemOne사의 MY Ling이란 사주가 너무나 탐욕스러워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모습이 나타나 이를 저지하면서도 Project는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여기에 전적으로 참여한 분들은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사업을 착수한 후에도 ChemeOne사의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자 나를 포함한 JAC이사회에 참여한 SK그룹 임원들은 이 Project는 중단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JAC이사회 내에서 몇 차례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SK그룹의 각사 경영진에게 보고했으나, “부분 최적화보다는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진행하라”는 SK건설 TOP의 의지가 반영되어 결국 Project는 계속 진행되었다.
SK건설이 수행한 EPC 업무는 Cost, Schedule, Quality, Safety 측면에서 모두 성공적이었고, 공장은 조기 완공되어 2014년 정상운전 되었으나, 완공 시점에 화학사업 경기 사이클이 안 맞아 사업주는 도산했고, 고생해서 지은 공장은 ExxonMobil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SK건설은 정상적인 EPC 비용은 모두 받았으나, 공기단축에 따른 계약서상의 정당한 인센티브와 Change Order 금액 및 ChemOne사에게 빌려준 돈 등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명목상으로는 이익을 냈으나, 실질적으로는 거의 이득을 보지 못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
돌아보면 JAC Project는 SK그룹이 투자자이면서도 EPC를 수행하고, 원료와 제품 Trading 권리를 가지며, O&M까지 수행하고, 금융도 주선하는 Total Solution Provider(TSP) Model의 사업으로 혁신적인 사업모델이긴 했지만 이 사업을 개발한 싱가포르 ChemOne사의 신뢰성 문제를 결국 제어하지 못한 것이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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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 준공
△SK건설은 지난 13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SK건설 최초의 TSP사업인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 컴플렉스의 준공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권숙형 SK건설 화공플랜트부문 EPC 총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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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0년 말 SK건설에서 전무로 진급하여 화공 Asia-Pacific총괄을 맡아 2013년 10월까지 약 3년간 26개 Project를 모두 중대재해 한 건 없이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3년간 매출액 10배, 매출이익 8배의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 AP총괄 매출액 | AP총괄 매출이익 | |
| 2010년 말(AP총괄 인수시점) | 0.2조 원 | 304억 원 |
| 2011년 말 | 0.9조 원 | 977억 원 |
| 2012년 말 | 1.3조 원 | 1,686억 원 |
| 2013년 말(AP총괄 인계시점) | 2.2조 원 | 2,400억 원 |
다음은 AP총괄 산하에서 수행했던 Project 들이다.
- Jurong Aromatic Complex(JAC) Project, Jurong Aromatic Corporation in Singapore
- OCS#4 (Offgas Compression Station #4) Project, PTT in Thailand
- Clean Fuel Project, PTTAR in Thailand
- Spain LBO(Lube Base Oil) Project, SK Lubricants & Repsol JV in Cartagena, Spain
- Nghi Son Refinery and Petrochemical Complex(NSRP) Project in Vietnam
- LBO Tank Terminal Project, SK Gas in Ulsan
- CHDM (1.4 Cyclo-Hexane De-Methyl) Plant-2 Project, SK Chemical in Ulsan
- Ulsan #3 Lube Base Oil Project, SK Lubricants in Ulsan
- Asia Polymer Catalyst Facility Project, Albemarle in Yeosoo
- LiBS(Lithium Ion Battery Separator) Project #6,7,8&9, SKI in JeungPyung
- 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 Project #1&2, SKI in JeungPyung
- TAC(Tri-Acetyl Cellulose) Project, SKI in JeungPyung
- Pharmacy Manufacturing Plant, SK Chemical in Cheongjoo
- Ulsan Complex Projects, SK Energy & SK Global Chemical in Ulsan
- Incheon Complex Projects, SK Incheon Petrochemical in Incheon
- SKYVAC(Vaccine) Project, SK Chemical in Andong
- Battery Seosan Plant(BSP) Project, SKI in Seosan
- LNG Tank Terminal Project, KOGAS in SamCheok
- #1& #2 FCC(Fluidized Catalytic Cracker) Revamp Project, SK Engergy in Ulsan
- Nexlene(Next Generation Polyethylene) Project, SK Global Chemical in Ulsan
- NMP(Normal- Methyl Pyrrolidone) Project, SK Global Chemical in Ulsan
- New PX(Para-Xylene) Project, SKGC & JX Energy JV in Ulsan
- Incheon Aromatic Complex(V) Project, SK Incheon Petrochemical in Incheon
- UHV(Upstream for Hygiene and Value Added Products) Project, IRPC in Thailand
- Boryeong LNG Terminal Project, SKE&S and GS Energy JV in Boryeong
- M12 Phase II Project, SK Hynix in Cheongju
- 태국법인 Thai Woo Ree 이사회 의장(겸임)
- 싱가포르법인 JAC(Jurong Aromatic Corporation PTE Ltd.) BOD 이사(겸임)
2013년 11월부터는 플랜트EPC총괄을 맡았고, 1년후인 2014년 12월에는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인해 Project E&C Service부문장을 맡았으며, 2017년 말에 부사장으로 진급해서도 같은 부문장 역할을 수행하였다.
나는 EPC총괄로서는 산하에 다음 조직을 총괄하였다.
- 화공기술본부(Oil & Gas Technology Division)
- 화공엔지니어링본부(Oil & Gas Engineering Division)
- 화공공사본부(Oil & Gas Construction Division)
- 사업관리본부(Project Control Division)
- 플랜트구매본부(Plant Procurement Division)
- 플랜트계약본부(Plant Contract Division)
- 플랜트EPC Systems본부(Plant EPC Systems Division)
- 품질/안전환경팀(Quality, Safety, Health & Environmental Management Team)
- 화공기획팀(Oil & Gas Business Planning Team)
Project E&C Service부문장으로서는 산하에 다음 조직을 총괄하였다.
- PEM실(Project Engineering Management Office)
- Process Engineering실(Process Engineering Office)
- 기계 E&C실(Mechanical Engineering & Construction Office)
- 배관E&C실(Piping Engineering & Construction Office)
- E&I E&C실(Electric & Instrumentation Engineering & Construction Office)
- CSA E&C실(Civil, Structural, Architectural Engineering & Construction Office)
- CM실(Construction Management Office)
- 플랜트IM&T실(Plant Information Management & Technology Office)
- 플랜트시운전실(Plant Commissioning Office)
- E&C기획실(Engineering & Construction Strategy Office)
- 플랜트품질팀(Plant Quality Management Team)
- 플랜트HSE팀(Plant Health, Safety, Environmental Management Team)
EPC총괄이나 Project E&C Service부문장은 후방 지원부대와 같은 Mother 조직으로 설계 및 시공 등 기술인력을 키우고 배치하며, 제도나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Operation 조직에서 Project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Lead, Help & Check 하면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하는 데 주력했다.
-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기능의 각종 제도 및 시스템을 개선하여 일정(Schedule), 품질(Quality), 비용(Cost) 관리 체계를 향상시키는 역할
- 설계 및 시공(Engineering&Construction) 인력의 통합 육성 체계를 구축하여 다기능(Multi-functional)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
- PMU(Project Management University)와 TEU(Technical Expert University)를 설립하여 사내 대학 학장 역할을 수행
- 시공 중심의 수행(Construction-Driven Execution), 흠 없는 시운전(Flawless Start-up) 등 시공 및 시운전 인력 및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 시키는 역할
- 글로텍엔지니어링 등 Engineering Biz Partner 및 Construction/Commissioning Biz Partners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하는 역할
- EPC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Commissioning) 혁신 TF 운영
- 플랜트 안전,보건,환경 (Safety, Health & Environment) 및 품질(Quality) 관리의 Control Tower 역할
- 정보 관리 및 기술 (Information Management & Technology) 활용을 고도화시키는 역할
- 미국 법인(SKEC USA) 및 인도 법인(SKEC India) 등 해외법인 이사회(Board of Director, BOD) 의장 역할 겸임
헤드헌터
나는 SK건설에 다니는 동안 무던히도 여러 헤드헌터로부터 목표 채용(Target Recruiting) 대상이 되었다.
SK건설로 이동한 지 얼마 안 되어 윤활기유 사업을 시작하는 국내의 SK루브리컨츠 경쟁사로부터 Target Recruiting 대상이 되어 헤드헌터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으나 제안을 거절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CMO 투자사업을 착수하면서 Owner Project를 총괄 책임지고 감당할 인물을 찾는다고 하면서 ‘업계 최고의 예우’를 해 주겠다며 집요하게 헤드헌터가 연락하여 왔으나 “나는 SK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회사 이동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 즈음 퇴임하신 이GC 부회장께서 전화하셔서 통화하다가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오라는 데 왜 안 갔냐?”고 하시면서 “SK가 당신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고 있는데 안 갈 이유가 있겠냐?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서 가라”고 하시면서 핀잔을 주셨지만 나는 “아직 SK가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2013년 어느 날 인도 L&T(Larsen & Toubro) 그룹의 A.M. Naik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여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점심식사 초대를 해왔는데 막상 가 보니 회장이 나를 단독으로 면담하는 자리였고, UAE에 L&T Hydrocarbon 중동 EPC법인의 CEO로 나를 스카우트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왜 인도회사에 한국인을 CEO로 앉히려고 하는지와 지원하지도 않은 나를 어떻게 알고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냐고 물어 보니, L&T가 한국 EPC사들이 중동 시장을 점령한 것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기 위해 한국 EPC사의 핵심 인재를 CEO로 모시고 시작하고 싶다는 뜻과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인물을 물색해 보았는데, 내 경험과 스펙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내부 필터링을 거쳐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하면서 며칠 휴가를 내든가 안 되면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인도 뭄바이 본사로 와서 인사담당 임원과 구체적인 예우에 대해 상의할 것을 요청하면서 가능한 날짜를 알려 주면 1등석 비행기 티켓을 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연봉은 2백만 불 정도인데 자기 연봉과 대등한 수준으로 예우해 주겠다고 하면서 UAE의 Sharjah 현지의 주택, 차량 및 기타 복리후생 사항에 대해 인도에 와서 구체적으로 상의하고 내가 필요한 요구는 추가로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자기가 한국에 와서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대림산업, POSCO건설, GS건설 등 주요 EPC사 CEO들을 모두 만났다고 하면서 명함뭉치를 꺼내 보내 주면서 나 같은 사람이 L&T에 조인하여 역할을 해 주면 L&T가 빠른 기간 내에 중동에서 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과히 파격적인 제안이었으나 생각해 볼 점이 많아 그 자리에서 확답을 하지 않고 나중에 답변을 주겠다고 하고 호텔을 나왔다. 그날 밤 집 사람과 이야기해 보니 큰돈을 받으면 그만큼 힘들게 부려먹을 게 뻔하고 더운 나라에 가서 고생하면 내 건강이 문제될 것 같다고 반대했다. 나도 이 자리에 가게 되면 국내 EPC사로부터 비난이 많을 것 같고 결국 인도 회사의 스파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두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건강에 자신이 없어 중동에서 객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어 미련 없이 접기로 했다.
그 즈음에 플랜트부문에서 김YK 부사장과 정JC 전무가 퇴사하게 되자 건설 TOP에서 나에게 중동총괄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는데 평소 같으면 흔쾌히 수락했겠지만 L&T 건으로 인해 중동행에 대한 고민을 했고 건강을 사유로 안 가기로 마음먹었던 터라 명쾌한 대답을 하지 않고 미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Wasit 등 중동 Project가 수천억 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던 때인데 그 일을 맡게 되면 내 성격상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지만 못할 것이고 중동의 Client를 수없이 찾아다니며 엄청난 설득과정과 논쟁을 하게 될 것이 뻔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중동 현장 일도 파고들어서 챙기다 보면 온전치 못했던 내 몸을 관리하지 못하고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많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건강 때문에 못 맡겠다고 말하면 회사에서 편한 일만 골라서 하려는 태도로 오해를 줄 수도 있어서 “건강도 걱정되고 AP총괄 역할을 잘하는 것이 회사를 위해 유리하다”는 논리로만 중동 총괄 자리를 사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아마 당시 최고경영진에서는 이런 나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내가 중동총괄을 안 맡는 바람에 강JJ 부문장이 그 역할을 이중으로 감당하느라 고생이 많았고 미안한 마음이 많다.
건강
2010년 초 SK건설로 이동하여 마음고생 심하게 만들었던 JAC Project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2010년 말 전무로 진급하여 Asia-Pacific 총괄의 직분을 받았지만, 2011년 3월 10일 내 사무실에서 ChemOne의 MY Ling 사장과 Sik Suan 부사장이 찾아와서 나와 임HK 상무가 마라톤 회의를 통해 그동안 이루어진 불법적인 협약을 무효화시키는 어려운 협상을 하고 난 뒤 화장실에서 커피색 소변이 나오는 황당한 상황을 맞이했다.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하여 보름간 각종 검진을 해도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몇 달 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정밀 검진 끝에 내 심장에 심각한 고장을 발견했다.
1990년대 초반 윤활기유 사업으로 마음고생하면서 보스턴에서 겨울 내내 4개월간 감기를 달고 살다가 바이러스가 판막을 침범하게 되어 후천성 승모판 폐쇄부전증으로 발전되어 1992년 3월 서울대병원에서 심장판막 수술을 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19년이 지난 시점에 SK건설에서 스트레스를 감내하지 못하고 심장판막이 손상되었고 결국 2011년 6월 13일에 2차 판막 교체수술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승모판 뿐만 아니라 멀쩡하던 대동맥판과 삼천판막까지 손상을 입어 승모판과 대동맥판을 교체하고 삼천판막을 성형하는 대수술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 당시 윤SK 부회장께서 나의 건강을 걱정해 주시고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제대로 진단받아 수술 받도록 주선해 주신 것에 대해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참으로 감사드린다.
2차 수술은 성공적이어서 앞으로 영구히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건설회사에서의 마음 관리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던지 2차 수술 후 6년이 지난 2017년 6월 15일에 다시 3차 심장 판막수술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3차 수술도 잘 되었다고는 했으나 1년이 지난 2018년 11월에 또 몸에 이상이 감지되어 정밀 검진을 해 보니 수술 부위에 Leak가 생겼고, 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므로 업무 강도를 대폭 줄이라는 주치의의 권고를 듣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건강이 다시 문제가 된 상태로 2018년 말로 SK를 떠나게 되었다.
퇴임 후
2019년은 그야말로 마음 편하게 세상을 돌아다닌 한 해였다.
1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시작으로, 2월 중국 하이난 골프 투어, 3월에 일본 센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여행에 이어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을 다녀왔고, 4월에는 일본 기타큐슈 골프 투어에 이어 자그레브, 부다페스트, 프라하 등으로 동유럽 투어를 다녀왔으며, 5월에는 API 표준 위원회 참석 차 미국 샌안토니오에 한 주간 방문했다.
6~7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시작으로 헬싱키, 스톡홀름, 릴레함메르, 게이랑에르, 송네, 플롬, 베르겐, 야일로, 오슬로, 코펜하겐, 탈린, 모스크바 등 북유럽 투어를 다녀왔고, 8월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11월에는 베트남 호치민에 골프 투어를 다녀온 후 곧바로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API 표준 위원회 가을학회에 참석했다. 12월에는 다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골프 투어를 다녀온 후, 호주 시드니를 거쳐 뉴질랜드 남북섬을 관광한 후 12월 30일에 돌아왔으며,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인천 공항까지 돌아오는 비행기가 내가 대한항공 비행기를 1,000번째 탑승하는 재미있는 기록도 만들어졌다.
이렇게 1년간 14번의 해외여행을 하며 돌아다니고, 국내에서도 제주도, 영암, 양양 등을 다니며 골프를 쳐도 업무 스트레스가 없으니 마음이 편했고 자연스럽게 건강도 많이 회복되어 갔다. 2020년이 되자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되었으나 평균 주 3회 정도 골프를 하며 편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다.
건강이 회복되자 나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무언가 가벼운 일은 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는데, 인터내셔널 기업인 지멘스 본사에서 중책을 제안하여 왔으나 부담이 커서 거부했고, ㈜글로텍엔지니어링에서 부회장 사무실을 미리 만들어 주고 SK 고문기간이 끝나는 2021년 초부터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 받아 승낙했으며, 또한 최KC 사장님의 권유로 한국플랜트산업협회 정책자문위원 역할도 맡았고, 서울대 EDRC(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의 총괄운영위원도 맡아 재능 기부 차원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만일 SK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생각이다.
이제 건강이 많이 좋아졌지만, 심장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태이므로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은 나의 시간을 큰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보내면서 내가 가진 전문성과 경험을 이 사회를 위해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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